iOS 개발자로 15년을 일했습니다. 회사 조직 개편으로 퇴사한 뒤, 다시 취업하는 대신 1인 개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결정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작 고민이 길었던 쪽은 무엇부터 준비할 것인가였습니다.
평소 생각해 둔 아이디어가 몇 개 있고 지금 상태로도 앱 개발을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백엔드가 필요하면 슈파베이스 같은 서버리스를 붙이면 됩니다. 앱 하나를 출시하는 데까지는 지금 가진 기술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요즘의 앱 서비스는 스탠드얼론 앱이 아닌 이상 앱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고, 운영을 위한 어드민이 필요합니다. 외부 서비스 연동이 늘어날수록 직접 다뤄야 할 백엔드도 늘어납니다. 결국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포함한 웹 개발 전반을 알아야 기술 제약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공방 창업 경험 때문입니다. 취미 겸 사이드잡으로, 최대한 작은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작업실 임차료, 사이트 호스팅까지 고정 비용이 생각보다 상당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작은 매출의 사업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개발 사업은 그 작은 시도조차 고정비가 개인에게 부담이었습니다. 하나를 굴리는 데 자금이 묶이니 두 번째 시도를 꺼낼 여지가 남지 않았습니다. 확장이 막힌 것이 아니라 시도 횟수 자체가 제한됐습니다.
1인 창업은 한 번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시도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그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것이 개발 기반 창업이었습니다. 개발로 시작해 자리를 잡은 뒤 비개발 영역으로 확장하는 순서가 맞겠다고 생각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1인 개발 창업에도 비용은 존재합니다. 지금 상태로 진행한다면 경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iOS 앱을 먼저 출시합니다. 반응이 오면 안드로이드를 추가 개발하거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전환합니다. 서비스 형태를 갖추려면 마케팅 사이트와 어드민 같은 백오피스가 붙습니다. 더 성장하면 슈파베이스에서 AWS나 애저 같은 인프라로 이전하고, 그에 맞는 백엔드를 새로 개발합니다.
1인 개발 창업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위 단계들은 제품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필요해지는 것들이고, 그동안의 업무 경험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 각 단계마다 플랫폼, 언어, 프레임워크 학습과 개발 비용이 상당량 추가됩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1인 개발은 결국 모든 것을 혼자 만들 수 있는 풀스택 웹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택하더라도 제품 초기에는 웹뷰를 감싸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처리하고 가는 편이 전체 개발 비용을 낮추고 시도 기회를 늘리는 길입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제품은 자유롭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웹 서비스였습니다. 오랫동안 앱을 만들다 보니 플랫폼에 독립적인 제품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1인 개발 창업을 준비하며, 먼저 풀스택 웹 개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